bener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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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9 방문.
사천 남해 여행 일정의 첫 방문지는 독일마을로 결정했다. 출발 시점이 오후 4시 쯤이었기 때문에 후보지가 많지는 않았는데 저녁 식사를 할 수 있고 오후 늦게까지 있을만한 곳을 생각해보니 독일마을이 가장 무난한 선택이었다.
오후 5시쯤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해도 슬슬 지고 있고 이곳이 앞으로 뒤로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인지 바람 때문에 꽤 추웠다. 전국적으로 며칠간 지속된 한파로 추울 때이긴 했어도 남해는 남쪽이라 괜찮겠지 했다가 생각외로 추워서 남해라도 칼바람은 장난이 아니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 위에 있는 독일마을광장에 있는 파독전시관에 갔더니 리모델링 공사 중이어서 가볼 수는 없었고 대신 전시관 맞은편 건물에 약간의 자료들과 함께 마을에 대한 대략적인 개요를 설명하는 공간이 있어 간략히 둘러볼 수 있었다.
남해에 독일마을이 생기게 된 계기는 대략 이러했다. 1990년대 말에 남해군은 남해의 따뜻한 기후를 활용한 스포츠 마케팅을 하고 있었는데 이때 독일에서 잔디를 가져왔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남해군의 공무원들이 독일에 출장을 자주 갔는데 공무원들의 출장을 도와줬던 현지 교민, 과거 파독 근로자들이 남해에 독일마을을 조성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남해군에서 수요 조사를 해보니 가능성이 보여 현재 위치에 2001년부터 공사를 시작, 2005년 전후로 지금의 독일마을이 됐다.
독일마을을 만드는 큰 비용은 정부의 예산에서 나오긴 했지만 이곳에 정착하기로 한 파독 근로자들도 남해군이 분양한 땅을 매입하고 독일식으로 집을 짓는 가이드라인을 따라 독일에서 자재를 공수해오는 등 비용을 꽤 들인 것 같다. 이렇게 독일식 집이 하나둘 생겨나며 현재의 민박집, 일반 가정집 등 총 50여개의 집이 모인 남해독일마을이 된 것이다.
초기에는 마을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독일에서 20년 이상 거주한 사람들만 입주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마을이 생긴지도 20년이 넘어 처음같은 정체성을 유지하기는 힘들었는지 일반인도 입주했다고 한다. 아마 앞으로 더 시간이 지나면 최초에 입주했던 파독 근로자들은 더이상 없을테니 그러기 전에 효율적으로 변할 필요는 있어 보였다.(현재는 17명이 살고 있다고 하며 독일인도 4명 살고 있다고 한다.)
광장에서 마을 아래 방향로 쭉 내려가니 길가에 있는 독일식 집 몇몇에 설명판이 있었다. 알프스하우스, 빌라콜로니아, 하이디하우스 같은 독일 느낌나는 작명을 한 집들이었는데 그 집에 누가 살고 있고, 언제 독일에 갔으며, 마을은 언제 입주했는지 등등 대략의 내용들이 적혀 있어 처음에 마을을 만들 당시의 컨셉과 아이디어가 참 좋았다고 느꼈다.
독일마을은 대부분 민박집과 일반 가정집으로 구성돼있고 주 도로 근처에만 약간의 상업적 공간이 있었다. 그중 독일집이라는 공방이 있어 들어가보니 작은 소품들을 팔고 있어 키링과 마그넷을 샀다.
그리고 이번에 알게 된 것인데 일대 전부가 독일마을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마을 중간쯤까지 내려가니 튀빙엔이라는 독일집 앞에 독일마을이라는 표석이 있고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돼있어서 왜 여기서 마을이 끝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보니 딱 거기까지가 독일마을이었고 그 아래에 있는 식당과 카페, 빵집, 독일수입품 판매점 등은 독일마을과 독일식 컨셉을 맞춰가고 있는 별개의 상업 시설들이었다. 독일마을이 만들어진 후 자생적으로 하나둘 생긴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주거지와 상업 시설을 분리해서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그랬다.
독일마을에서 저녁 식사까지 하고 갈 생각으로 갔기 때문에 그중 한 식당에 들려 식사까지 했다.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니 밝을 때에는 몰랐는데 집집마다 불이 켜져 있어 실제로 여기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중에 찾아보니 남해독일마을의 민박집들 중 대부분이 '마을호텔'이라는 개념의 숙소로 전환된 것을 알게 됐는데(https://german-village.kr/hotel-list) 날이 좋을 계절에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원래 파독 근로자들이 주거 목적으로 지은 집들이기 때문에 입지, 외관, 구조가 모두 다를텐데 그게 또 매력일 것 같기도 하고.
주차는 독일마을 상부 공간에 주차장이 조성돼 있었으며 그곳에 독일마을광장도 같이 있었다. 또 주차장 건너편에는 원예예술촌이 있어 시간만 맞추면 모두 다 볼 수 있을 듯 했다.